저는 2022년 6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총 9개월을 GOP에서 근무했습니다.
GOP 입대를 염두에 두고 계신 분들이거나, GOP 보직 선택에 도움이 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먼저 보직을 설명하기 전에, 간단히 알아두고 가셔야 할 부분이 있는데 바로 GOP의 구조(?)입니다.
위의 제가 그린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GOP에는 여러 개의 소초(소대)들과 중대본부, 그리고 대대본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초, 중대본부, 대대본부의 보직은 저마다 차이가 있고 각자 하는 일이 다릅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GOP 선발 인원은 소초에서 근무를 하게 되며, 일반적으로 소초가 가장 많기에 제가 오늘 설명하려는 것은 소초의 보직입니다.
일반적으로 소초의 보직은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1. 경계병
2. 상황병 (계원)
3. 통신병
4. 영상감시병
5. 급수병
1. 경계병 (초병)
가장 많은 인원이 하고, 가장 일반적인 GOP의 보직입니다. 말 그대로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서는 병사들로서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보직입니다. 초소들이 산악 지역에 모두 위치해 있으며, 경사가 험하고 많은 수의 계단의 소위 ‘섹터’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근무를 서기 때문입니다.
다리 근육도 정말 좋아지지만 계단을 많이 타는 탓에 무릎이 손상되는 경우도 정말 많습니다.(저도 군대에 갔다 온 이후로 무릎에서 뚝뚝 소리가 납니다.)
보통 주간조 / 야간조 / 예비조로 편성이 되어서 1주 혹은 2주 단위로 자신의 조가 교대되는 식으로 돌아갑니다. 주간조면 주간에 근무를 서고, 야간조면 야간에 근무를 서고, 예비조면 근무를 서지 않는 (그 대신에 작업 등을 나가는) 식으로 편성이 되는데, 근무와는 별개로 철책이 훼손이 되어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자고 있거나 화장실에 있든 관계없이 완전무장을 하고 뛰쳐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바람이 많이 부는 날 같은 상황이 많이 터지는 날에는 정말 잠도 거의 못 자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사실 근무, 상황 조치를 제외하면 모든 시간이 자유라는 점에 있어서 좋습니다. 예비조에다가 작업이 거의 없는 때면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일주일을 보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보통 간부들과 엮이기를 싫어하면 상황병보단 경계병을 많이 택하는 편입니다.
* 군대에서 휴대폰은 보통 저녁 5시 30분에서부터 저녁 9시까지 주어지는데, GOP의 경우 그 시간에 근무를 가는 병사들이 있으므로 이를 보상해주기 위해서 낮 시간대에 휴대폰을 사용하게 해주거나, 본인이 원하는 시간대에 못 쓴 시간을 쓰게 해 주는 등 소초별로 규칙을 정해서 휴대폰 사용을 허용해줍니다. 정말 좋은 경우면, 어느 부대에서는 근무 시간 제외 24시간 휴대폰을 허용(…)해주는 간부가 있다고 듣기도 했습니다.
2. 상황병 (계원)
일반적인 부대에서의 계원이라고 하면 컴퓨터에 앉아서 인사 등 업무를 한다고 볼 수 있지만, GOP의 계원은 조금 하는 일이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일반적인 부대에서 하는 기본적인 업무 뿐만이 아니라, 경계병들의 근무 투입 및 철수 시간등을 항상 문서로 작성하면서 동시에 실시간으로 대대에 보고를 해야 합니다. 주간 8시간, 전반야(저녁) 8시간, 후반야(야간근무) 8시간으로 근무 시간이 나뉩니다. 그리고 소초에 방문하는 차량번호 및 인원도 모두 기록해야 하는 등 자세하게 여기에 적을 수는 없지만 정말 많은 업무를 해야 하기에 여유로울 때는 여유롭지만 일이 많을 때는 정말 정신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신에 경계병보다 몸이 편합니다. 추울 땐 히터 키고 따뜻하게 일하고 더울 땐 에어컨 밑에서 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머리가 좋아야 한다기 보다는 빠릿빠릿하게 일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함께 근무하는 상황간부와의 소통도 중요합니다.
운이 좋지 않으면 철책 순찰을 가야 할 수도 (섹터를 타야 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 철책 순찰의 경우 통신병, 위에서 말한 경계병의 예비조가 가는데 인원이 부족하면 상황병이 끌려나갑니다. 상황병도 들어오는 신병이 없거나 소초 내에 병력이 적을 경우 365일 예비 없이 내내 근무를 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3. 통신병
일반적인 부대에서처럼 통신장비를 만지진 않습니다. 대신 간부와 함께 작업을 나가거나, 철책 순찰을 돌러 나가거나, 혹은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간부와 함께 제일 최우선으로 출동합니다. 약간 만능이어야 하는 느낌의 보직입니다.
작업은 있을 때 있지만, 철책 순찰은 매일 나가는 일이므로 이 순찰을 얼마나 빨리 갔다 오느냐 따라서 남은 시간이 자신의 자유 시간이 되기 때문에, 통신병의 경우 체력이 정말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본 통신병 모두는 섹터를 정말 빠르게 탔습니다. 간부도 마찬가지로 순찰을 빨리 갔다와야 쉬므로 날쎄고 체력이 좋은 병사로 뽑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통신병이 좋고 편한 보직이냐, 아니냐는 부대에 따라서 정말 다릅니다. 인원이 많은 경우에는, 작업도 가지 않고 순찰을 매일 안 갈 수도 있기 때문에 부대의 상황에 따라서 헬이냐 꿀이냐가 나뉘어지는 보직입니다.
4. 영상감시병
모든 섹터에 설치되어 있는 감시카메라를 보는 보직입니다. 사실 영상감시병의 경우 중대 단위에서 뽑아서 중대가 담당하는 소초들 전체를 감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소초도 자신이 맡은 구역 감시를 하기 때문에, 저희의 경우에는 상황병이 2명 근무를 할 때 번갈아서 영상감시 업무를 했습니다.
보통 8시간 단위로 이루어지는 근무에서, 8시간 내내 모니터만 바라보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30분 근무, 30분 휴식을 교대로 하는 등으로 근무가 진행됩니다. 대체적으로 ‘꿀’이라고 말하는 보직입니다. 영상감시를
하는 대신에 작업도, 철책 순찰도 안 하기 때문에… (이것도 부대 사정상 부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5. 급수병
급수병은 필요한 GOP도 있고 필요하지 않은 곳도 있어서 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저희같은 경우에도 급수병은 중대 단위에서 운용을 했습니다. GOP는 대부분 오지나 산지에 위치해 있기에 물을 끌어다 쓰게 되는데, 이 때문에 급수병을 운용하게 됩니다.
계절에 따라서 꿀이냐 헬이냐가 극명히 갈리는 보직입니다. 겨울의 경우 동파를 예방하기 위해, 새벽에도 일어나서 급수 작업을 하러 나가는 등 급수병이 정말 많은 것을 하기에 정말 힘든 보직이고, 여름에는 사실상 아무것도 안하는(…) 보직이 될 수 있습니다.
6. 취사병
GOP 최고의 보직입니다. 육군 5대 보직 중 하나에 들어간다고 말할 정도로, GOP 취사병은 정말 좋은 보직으로 손꼽힙니다. GOP 근무로 주는 휴가 3일에 추가로 취사병 휴가까지 더 받아서 거의 한 달에 4일씩 휴가를 받기 때문입니다.
또한 항상 식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상황이 터지든 훈련을 하든 모든 상황에 빠지고 취사병 일만 합니다. 그래서 사실 병사들에게 욕도 많이 먹는(…) 보직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가끔 철책 순찰을 끌려 나갈 수 있습니다.) 또한 소초에서 취사병을 한다면 함께 일하는 인원 수가 적기 때문에 자신의 재량을 펼치거나 취사장 관리에 있어서 자유로운 부분이 늘어납니다.
결론
사실 여러 보직을 다 해본 병사는 없기 때문에, 그리고 부대마다 상황이 너무나도 다르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도 다르기 때문에 GOP에서 어떤 보직이 좋고 나쁘냐는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GOP 취사병을 제일 좋은 보직인 것처럼 위에서 설명했지만 제가 취사병을 해 본 적도 없기에 취사병도 나름의 고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생각하기엔 군대에서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여 ‘소수’ 인원을 뽑아서 한다는 것은 그만한 다수가 누릴 수 없는 혜택도 존재한다고 하기에, 기회가 있다면 제일 다수인 경계병보다는 특수보직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보직은 소초장의 허락에 따라 변경이 가능할 수도 있는데, 경계병으로의 전환은 쉬우나 경계병에서 다른 보직은 자리가 적어서 변경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부디 몸 다치지 않고 전역까지의 여러분의 군생활을 응원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궁금하신 부분이 있으시다면 댓글을 남겨주시면, 제 GOP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최대한 알려줄 수 있는 한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