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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전에 읽지 않으면 후회할 GOP에 가야 하는 이유

블민. 2023. 7. 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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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 GOP 입대를 추천하는 이유

 
  어쩌다 보니 저는 입대 후 GOP로 선발되었습니다.
 
  저는 2022년 3월에 입대하여, GOP로 선발되어 2022년 6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총 9개월 정도를 22사단 GOP에서 근무했습니다.

  대체로 GOP는 지원, 면접 등을 통해서 선발되어 가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전입을 오자마자 강제로 선발되어서, 처음엔 사실 "큰일났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GOP 근무와 생활이 할 만 했었고, 이후에 페바(FEBA)부대로 내려와서 생활해 보니 GOP가 정말 좋았던 곳이었다고 느꼈던 부분이 정말 많았습니다.
(건강 문제로 인해서 3월에 내려왔는데, 그래서 후회를 많이 했습니다.)
 

 
 
  국방일보에 실렸던 제가 근무하던 곳의 사진입니다. 저 사진도 일부분이고, 저런 경사를 하루에 2번씩 오르락내리락하며 매일같이 근무를 섰습니다. 당신도 GOP를 가게 된다면 운이 좋지 않다면 이러한 곳에서 근무를 서야 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 사진보다 훨씬 더 편한 곳도 많습니다. 저희 여단에서 저희 섹터가 가장 험준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말 힘들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제가 GOP를 추천하는 이유, GOP가 일반 부대보다 좋은 장점을 현재 입대를 앞두고 있거나, GOP 지원을 고민하는 많은 20대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1. 1달마다 3일씩 주는 GOP 휴가

 
  당연하게 모두가 알고 있는 이유지만, 좀 더 자세히 설명하려고 합니다. 현재 제가 복무 중인 부대를 포함한 대부분 부대에서 GOP 근무자에게 1달에 3일씩 보상휴가를 줍니다. 보직이 취사병인 경우는 1일씩 추가로 4일씩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심심치 않게 GOP 근무를 하면 총 휴가일수를 100일 이상 채운 병사들도 소문으로 듣거나 볼 수 있습니다.
 
  "고작 3일 받으려고 GOP를 가?"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는데, 그 3일 차이가 생각 이상으로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함께 전역 날짜가 가까워질 즈음에 나는 아직 훈련, 근무가 이만큼 남았는데 동기는 한 달, 많으면 두 달 먼저 떠나는 모습을 보면 소위 '현타가 오는 것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군생활이 18개월이니까 최대한 받아도 54일인데 어떻게 두 달이냐? 하는 분들도 계실텐데, 군생활을 하면서 포상휴가, 분대장 휴가와 같은 추가 휴가들도 받게 되면, GOP의 단점인 휴가가 자유롭지 못한 점이 오히려 휴가를 쌓이게 만듭니다. 그래서 전역 전 휴가에 사용하게 되면, 체감이 개월 수x3일의 산술적인 계산값보다 훨씬 더 격차가 크게 느껴지게 됩니다. (그래서 제 동기는 69일을 모아서 한 번에 나갔습니다.)
 
  제 경험 상으로는 통제가 없으면 휴가를 더 나가고 싶고, 나간 횟수가 많으면 많아질수록 더 나가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되도록 안 나가는 것을, 나가는 것이 통제된 환경에 일부러 가는 것을 추천하는 것입니다.
 
  + 휴가를 딸 수 있는 기회가 많을 수 있습니다. GOP는 365일 '실제 작전'을 하고 있는 부대다 보니까 별 이상의 높으신 분들이 꽤 자주 방문합니다.(사단장은 기본, 군단장도 자주) 그래서 예기치 않게 휴가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근무 중에 섹터를 올라 오셨던 군단장님께 경례 한번 했다고 2일을 받았습니다.)
 
 
 
 
 

2. 유격, 혹한기, 행군, KCTC 등과 같은 큰 훈련이 없다.

 
  아무리 GOP 근무가 힘들다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페바부대에서의 훈련이 훨씬 더 힘들었고 죽을 맛이었습니다. GOP는 매일 있는 근무가 힘들 뿐이지, 갑작스러운 실상황을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혹은 철야 때는 밤을 새워서 훈련하고 움직이고, 밖에서 자는 일은 없습니다. 
 
  물론 소위 '풀린' 부대도 있어서 부대마다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페바부대에는 일반적으로 큰 두 훈련인 여름의 유격 훈련과 겨울의 혹한기 훈련, 그리고 행군, 전준태, 대침투(국지도발) 등과 같은 다양한 훈련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본인이 입대할 때에 타이밍이 좋지 않게 육군엥서 가장 큰 훈련이라는 KCTC 훈련 일정이라도 잡혀있다면, 약 10일동안 못 씻고 산에서 뛰어다니는 훈련까지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3. 근무 외의 자유로운 생활환경

 
  GOP 일과는 사실 매일이 경계작전을 서는 부대이다 보니 근무 이외에 터치를 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 부대는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러 가야하지만, GOP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근무 시간이 다 다르다 보니 식사시간도 길고 혼자 아무때나 가서 자유롭게 먹을 수 있습니다. (제 부대에서는 그랬습니다.)
 
  군부대에서는 사고방지를 위해 꼭 담배를 피러 갈 때도, 체력단련실이나 PX를 갈 때도 2인 이상 함께 다녀야 하는 전우조 활동이란 규칙이 존재하는데, GOP에서는 없습니다. (물론 GOP는 PX가 없지만...) 옷 입는 것도 비교적 자유롭고 크게 터치하지 않습니다. 사제 운동복들도 입고 운동해도 그렇게 크게 터치하지 않기도 합니다. 
 
  심지어 휴대폰 사용까지 비교적 자유로운 소초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페바부대에서는 개인정비시간에 근무가 있을 시에 사용 못한 휴대폰 시간만큼 보장해주는 게 전혀 없었는데, GOP에서는 근무로 인해서 휴대폰을 못 사용한 시간만큼 무조건 추가로 보장해 주었습니다. 
 
 + 일반 부대들은 대부분 대대 건물에서 대대 단위로 생활하지만 GOP의 경우 '소초' 단위의 막사에 생활을 하게 되는데, 가장 작은 경우 소대 하나가 소초를 맡는(이를 독립소초라 부름)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내가 지내는 막사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소대장이라는 건데, 이 부분도 정말 자유로운 생활에 한 몫을 하는 부분입니다. (내가 지내는 곳에 높은 사람이 함께 있을수록 생활 환경 자체가 엄해질 확률이 큽니다.) 
 
 
 
 
 

4. 징계받아서 날아오는 사람이 없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입니다. 부조리가 존재하는 GOP 부대도 있을 수 있지만, 제가 느낀 진리는 군대에서는 어딜 가던지 간에 선발 혹은 면접 등을 통해서 '사람이 걸러지는' 곳일수록 정상적인 사람들이 많이 분포할 확률이 높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군 생활이 길어도 공군을 가는 것을, 혹은 지원병으로 가는 것을 추천하는 것...) 그리고 GOP 역시 선발된 사람들이 모이는 부대 중 하나입니다.
 
  그러므로 훈련소에 가게 되면 자기소개서 같은 걸 쓰는데, 내가 사회에서 정신과 이력이 있다던지 약물을 복용한다고 쓰면, 가차없이 전입 전까지 모든 선발로 뽑아지는 부대에 갈 가능성에서 제외될 확률이 큽니다. 꼭 면접이나 지원이 아니라 일부러 데려가기도 하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도 유심히 살펴봅니다.
 
  특히 군대에서 신고를 당하거나 징계를 받으면 타 중대, 심하면 타 대대로까지 전출을 가는데, 이런 일들이 잘 없을 것 같지만 입대하게 되면 의외로 정말 흔하게 벌어집니다.(요즘은 욕만 해도 타 중대로 가해자를 분리시키기 때문에)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GOP로 징계당한 사람을 보내는 경우는 없다는 것입니다. GOP에서 징계당한 사람은 대체로 페바부대로 내려보내지는데, 그래서 페바에 가면 정말 갖가지 사유로 징계를 받은 사람들이 널려 있고, 상식을 벗어나는 일도 많습니다. 후임들을 괴롭히다가 징계를 받고 온 사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 쓸데없는 똥군기식 문화, 짬순 문화(짬이 높으면 해도 되고 낮으면 안되는 식의)도 제가 느끼기엔 페바에서 훨씬 많았습니다. 
 
  GOP에서도 선임들과 갈등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저는 내려오고 나서 GOP 선임들은 정말 착했던 편이었구나, 라고 깨닫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많은 장점들로 GOP로 가는 것을 추천하지만, 반면에 유의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1. 그래도 최우선순위는 뭐니 해도 인간관계이다.

 
  전입 이후에도 가끔 모집 공고로 인해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데, 어디를 갈 수 있든 그 곳의 훈련이나 근무 강도가 얼마나 힘들든 간에 관계없이, 역시 군대에서는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GOP에는 소위 날아온 사람이 없다고 말했지만, 부조리가 존재하는 GOP도 존재하며, (이건 GOP냐 아니냐를 떠나서 어느 곳이든 그 중대, 소대 분위기에 따라서 부조리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GOP에서도 선임들이 괴롭히고 인간관계가 정말 괴롭다면 GOP에서 내려오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페바더라도 사람들과 대체로 친해졌고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괜찮으며 생활에 어느정도 만족했다면, 단순히 휴가를 받고 싶거나 더 나은 환경이 있을 것 같다는 그런 이유만으로 GOP에 올라가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것 역시 어디에 있던지 간에 그렇습니다. 다른 곳으로 간다는 것은 결국 그 부대에 다시 새로 적응해야 하는, 사실상 이등병으로 그 부대에 전입을 가는 것과 같습니다.
 
 
 
 

2. 어떤 부대든지 예외가 존재하고, 모든 부대의 상황이 다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GOP는 상시 인원부족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로 인해 근무 환경이 정말 힘든 경우도 많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부대 자체 규칙이 다른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들은 바로는, 옆 사단 GOP에서는 근무를 서는 경계초소에도 CCTV가 있어서 정말 부동자세로 감시당하면서 근무를 서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하는 모든 말들이 모든 GOP가 그러하다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입대 전이시라면 꼭 이 글을 읽고 GOP에 지원하는 것을 고려해보기 바랍니다. GP나 GOP로 가는 기회는 대체로 전입 전 한 번 뿐입니다. 전입 이후에도 가끔 병력 부족으로 GOP를 추가 선발하는 경우가 있으나, 대체로 그 때도 앞으로 군생활 기간이 많이 남은 소위 '짬이 낮은' 이병, 일병 위주로 소수 선발해가기 때문에 뽑힐 확률이 적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군 입대를 준비중이신 분들이나 복무중이신 분들께 건강과 밝은 군생활을 기원합니다! (모두 제가 겪은 군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적다 보니, 다소 다른 분들과 경험이 다른 부분이 있을 수도 있는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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