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반이 되자 조교가 문을 열고 목소리로 우리를 깨운다. 생활관 별로 차례대로 화장실을 방송 안내에 맞춰 갔다 오고, 마스크를 매일 아침 새로 배부해준다.
아침 8시까지도 책만 읽었다. 3일만에 책 1권을 거의 다 읽었다. 두통이 살짝 있어서 두통약을 달라고 할 지 밥을 먹기 전까지 고민했다. 아무래도 밤에 춥게 잔 탓에 그런 것 같다.
결국 밥을 먹은 후 두통약을 달라 했더니, 왜 아침 건강 체크 때 보고를 안 했냐고 한다.(일어났을 때 조교가 건강상태를 파악한다) 코로나 때문에 예민한 분위기라 그런지, 감염법 위반시 5년 이하의 징역을 받는다는 둥 군법까지 이야기하며 혼이 났다.(나중에 군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꼭 아프다고 보고하면 언제부터 아팠냐고 묻는데 “00부터 아팠습니다”라고 대답하면 “근데 왜 그때 말 안 했어?”라고 꼭 물어본다. 무조건 방금 아프기 시작했다고 해야 욕을 안 먹는다)
이윽고 조교가 군의관과 통화를 연결해 주었는데(코로나 격리 때문인 것 같다), 원래부터 두통이 자주 있었고 상비약을 들고 다닌다고 말하자 제출했던 상비약을 복용하라는 대답을 들었다. 약을 먹으니 한층 나아졌다.
10시 반에는 엑스레이 검사와 소변검사를 받으러 나왔다. 안에 엑스레이 진료 기계가 있는 버스 한대가 와 있었는데, 올라가니 의사이신 듯 한 나이가 많은 담당관이 계셨는데 내게 생년월일을 묻고, 내가 대답하자 “왜 이렇게 군대를 늦게 왔어요?”라고 웃으면서 물어보셨다. 군대에 와서 누군가 처음으로 내게 말을 걸어주고 웃어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생활관에서 누울 수 없기에 관물대에 기대서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한다. 생활관을 지나다니며 보이는 앉아 있는 훈련소 동기들의 모습이 꼭 마치 교도소의 죄수같았다. 춘추복인 파란 생활복도 꼭 죄수복같다. 환기를 위해 열어둔 창문 밖에는 가벼운 봄바람과 함께, 나보다 일찍 입대해 격리를 마친 훈련병들의 구령 소리가 “하나, 둘 셋, 넷” 하고 들려온다. 부럽다. 지금 여기 있는 시간이 너무 지루해 미치겠지만 나중에는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편히 있는 시간을 그리워하게 될까?
오후에는 TV로 교육방송을 시청했다. 처음에는 관등성명 등 군대예절에 관한 영상이었고, 자살예방교육 등 다양한 영상을 보았다. 장장 5시까지 3시간 30분동안 앉아서 가만히 영상만 보았다.
오늘도 저녁 식사 후 세면, 샤워를 마치고 나니 저녁 7시 반이었다. 8시 반까지는 아무런 통제 방송이 나오지 않았는데, 이 때 같은 생활관에 있던 동기와 조금 말을 텄다. 21살에 00대를 다닌다고 한다. 8시 반에 갑자기 부식을 나눠주었는데, 촉촉한초코칩과 콜라였다. 나는 깜짝 놀랐는데, 내가 상상하던 군대는 초코파이 하나도 눈물을 흘리며 먹는 군대였기 때문이다.
저녁 9시 반에는 본인이 썼던 생활지도기록부를 거둬갔다. 상급부대 면접에 붙기 위해서 굉장히 열심히 빼곡하게 썼다. 잠이 오지 않아서 라이트펜을 켜고 책을 읽다가 밤 12시쯤에 잠이 들었다.
나의 훈련소 일기 4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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