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022~2023년까지 군생활을 하면서 군생활의 절반을 GOP에서 근무하며 보냈습니다.
제가 블로그에 처음 올렸던 글이 ‘입대 전에 읽지 않으면 후회할 GOP에 가야 하는 이유’였습니다. (당신이 GOP에 가야 하는 이유) GOP에서의 생활이 나름 만족스러웠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을 많이 했었고, 여러 사람들이 읽고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제 경험을 바탕으로 썼었던 글입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선호하는 근무 환경이라던지 보직도 다르고, 어떤 사람은 GOP의 특수한 근무 형태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왜 GOP를 추천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한 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 힘든 근무 강도
상황병, 취사병과 같이 특수한 직책을 맡지 않는 이상, 입대 후 GOP에 가게 되면 대부분의 병사들은 경계병이라는 직책으로 근무하게 됩니다. 경계초소로 가기 위해 흔히 ‘섹터’, 혹은 ‘‘라고 불리는 능선을 따라 설치된 철책 옆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려야만 합니다.
섹터가 평지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섹터의 철책은 험한 산악 능선을 따라서 설치되어 있습니다. 험한 정도가 얼마나 악명이 높으면, 구간의 모양에 따라서 맥도날드(능선 모양이 두 봉우리 같다고 해서), 천국의 계단(천국으로 올라갈 만큼 높다던지 1009개만큼 많은 계단이 있다던지) 등의 별칭은 어느 사단의 GOP 부대던지 들어봤을 법한 소문입니다.
저 또한 허리 아픔으로 인해서 GOP 근무 도중에 어쩔 수 없이 페바부대로 내려왔습니다. 정말 무거운 방탄복과 탄약, 총기를 메고 수없이 많은 계단을 매일 오르내리면서, 무릎이나 허리 등에 무리가 가거나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정말 많으므로 주의하셔야 합니다.
(참고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GOP로 입대하는 것을 추천했던 이유는, 페바부대에서 GOP로 가기는 정말 어렵지만 GOP에 갔다가 신체적인 힘듦으로는 페바부대로 내려가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2. 마음대로 나갈 수 없는 휴가
군대의 휴가는 마음대로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훈련, 혹은 근무 시간과 조율을 해서 나가야만 합니다. 일반 부대의 경우 수많은 병사원들이 근무를 매일 돌아가면서 서지만, GOP의 경우 대부분 모든 인원들이 다 함께 근무를 서므로 본인이 근무를 서야 하는 날과 휴가 기간이 겹치는 경우 휴가를 나가기가 대부분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굉장히 본인이 비번을 서는 차례가 돌아오는 기간이 길어서 휴가를 원하는 기간에 나가기 힘들거나, 나가고 싶지 않은 기간에 휴가를 강제로 내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저희 부대와 같이 몇몇 GOP 부대는 근무 기간(제 부대의 경우 18주)과 철수 기간(6주)을 정해서 철수 기간동안에만 휴가를 자유롭게 나갈 수 있도록 합니다.
3. 낮밤이 뒤바뀌는 근무 환경
일반 부대의 경우 하루 일과가 일정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똑같은 시간에 기상하고 똑같은 시간에 식사를 하게 되며, 똑같은 시간에 개인정비(자유시간)가 부여됩니다. 하지만 GOP의 경우, 24시간 북한을 감시하므로 모든 인원이 하루 24시간을 나누어서 근무하게 됩니다.
그래서 취침 시간이 저마다 모두 다르기에,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자고 있는 인원들을 위해서 생활관은 24시간 조용하고 어둡게 불이 꺼져 있습니다. 군생활 내내 같은 시간대를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매 일정 기간마다 본인의 근무 시간이 바뀌기 때문에 자는 시간을 고정해서 생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철책 광망에 경보가 울려서 비상 출동을 하게 되면, 취침하고 있든지 예외없이 모두 출동해야 하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밤 9시에 근무를 마치고 돌아왔고 다음 근무가 새벽 6시인데, 새벽 1시와 새벽 3시에 경보가 울려서 깨서 출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날은 결국 잠을 3시간도 제대로 못 자고 다음 근무를 서러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4. 열악한 시설 및 환경
대부분 GOP 초소들은 일반 부대에서 동떨어져 북한을 마주보는 산악 지대에 위치합니다. 몇십년 전에 지어진 컨테이너 내부에서 생활해야 할 수도 있으며, 군대 편의점인 PX도 없는 곳이 많아서, 소위 ’황금마차‘라고 불리는 각종 물품을 실은 트럭이 몇 주마다 올라와서 그 때 생필품이나 간식거리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택배를 이용하지만 택배가 도착하는 기간도 일반 부대보다 더 오래 걸립니다.
높은 곳에 위치한 GOP의 경우 물을 끌어다 써야 합니다. 그래서 급수병이라는 직책이 존재하기도 하며, 이로 인해 수돗물에서 녹물이 나온다던지, 겨울에 수도관이 동파되어서 샤워를 하지 못하는 날이 생기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샤워 하루 안 하면 되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섹터를 오르내리며 근무를 갔다 오면 정말 땀범벅이 되어서 하루에 샤워를 2번은 기본으로 해야 하는데, 샤워를 못하게 되면 정말 지옥입니다…)
이상으로 GOP를 추천하지 않는 단점들에 대해서 제 생각을 4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혹시나 군 입대 전에 GOP를 희망하시는 분들은, 위에서 말씀드린 제가 GOP를 추천하는 이유와 함께 참고하시면서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